[[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충남 홍성]
내포(內浦)라 불리는 지방이 있다. 전통적으로 내포지방이라 하면 서해안의 아산만과 천수만을 위아래에 두고, 가야산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진 충청도 홍성, 서산, 예산 등 열개의 고을을 합쳐 부르는 지명이다. 이중에서도 홍성은 내포지방의 중심지로 꼽혀온 큰 고을이다.
내포지방의 행정 중심지였던 홍성의 홍주성(洪州城)으로 가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나오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조국을 위해 헌신한 두분을 먼저 만나게 된다. 바로 만해 한용운(1879~1944년) 시인과 백야 김좌진(1889~1930년) 장군이다. 만해의 생가는 결성면 용호리, 백야의 생가는 갈산면 행산리인데 모두 홍성 나들목에서 5~10분 거리에 있다.
◆만해 한용운 시인과 김좌진 장군의 생가
승려이자 독립운동가면서 '님의 침묵'이란 시로 유명한 만해 한용운 시인의 생가는 아담한 초가다. 만해는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1879년 이곳에서 태어났는데 글을 일찍 깨우치고 영특해서 사람들은 한용운의 집을 '신동집'이라 불렀다 한다. 그러나 만해의 집안은 서당도 제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만해는 8살에 홍주목으로 이사한 뒤 14살에 천안 전씨 집안의 여자와 혼인했으나 2년 뒤 집을 훌쩍 떠난다. 그리고 18살에 백담사에서 출가한 만해는 잠시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24살에 입산한 후 다시는 고향땅을 밟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1920년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생가는 번듯한 기와집이다. 그 당시 집 주변의 들판이 모두 장군 집안의 소유였다니 상당한 부자였던 셈이다. 안동 김씨 양반가에서 태어난 장군은 선각자였다. 17세에 집안에서 대대로 부리던 노비 30여명을 해방시키면서 땅을 나누어주었고, 99칸이나 되는 본가를 학교로 쓰고 자신은 초가에서 살기도 했다.
생가 옆의 전시관에 보관된 김좌진 장군의 글씨를 보면 혀를 내두를 만큼 명필이다. 장군은 어려서 서당 공부와 16세에 2년간 대한제국 무관학교를 다녔을 뿐 다른 정규교육을 받은 일은 없었으나 글은 어느 문인보다도 뛰어났고 학식도 높았다. 장군의 청산리전투 승리를 기념하는 '김좌진 장군 청산리전투 전승기념행사'가 10월 넷째 주말인 24~25일 이틀간 생가 주변에서 열린다.
◆내포지방 행정의 중심지였던 홍주성
어려운 시절 올곧은 정신으로 나라를 이끈 두분의 생가를 돌아본 뒤 29번 국도를 타고 10~20분 달리면 홍성 읍내다. 읍내 한가운데에는 홍주성이 떡 버티고 있다. 조선 말기에 동학농민항쟁이 벌어졌을 당시 동학군은 내포지방의 행정 중심지인 홍주성으로 집결했고, 이곳에서 관군과의 대규모 전투를 벌여 수많은 동학군이 희생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1906년에는 홍주성에서 민종식이 이끄는 의병과 일본 군대간에 큰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인 현장이다.
조선시대 전성기에는 성안에 관아 건물만 35동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조양문, 홍주아문, 현회당, 안회당 등이 남아 옛 영화를 증거하고 있다. 성벽도 현재 800m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시가지와 복잡하게 얽혀있어 초행자라면 답사 동선을 잡기가 수월치 않다. 가장 일반적인 홍주성 답사 순서는 조양문~홍주아문~내삼문~안회당~여하정~성벽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읍내 중심의 조양문을 본 다음 한국통신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5분쯤 걸으면 군청이 나온다. 군청의 정문 노릇을 하는 홍주아문을 들어서면 아름드리 고목들이 보인다. 천주교 박해시절에 많은 교인들이 이곳에 묶여 죽음을 기다리기도 했다.
군청 건물을 돌아가면 홍주목의 동헌인 안회당(安懷堂)이다. 안회(安懷)란 논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노인을 평안히 모시고 벗을 믿음으로 하며 아랫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뜻. 이어 안회당 뒤뜰에는 성벽을 배경으로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안에 여하정(余何亭)이란 현판을 건 정자가 서있다. 작은 규모의 정자이지만 1896년 이승우 목사가 옛 청수정 자리에 세운 것으로 역대 홍주 목사들이 쉬던 곳이다. 굽어 자란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어우러진 연못의 풍광이 제법 아름답다.
◆남당항에선 대하 축제가 한창
홍성에 왔다면 바닷가를 들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천수만에 붙어있는 남당항은 가을 홍성 여행의 필수 코스로 엮인다. 바로 대하(왕새우) 때문이다. 천수만에서 가장 큰 어항인 홍성의 남당항은 가을만 되면 대하를 맛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또한 축제도 펼쳐지는데 지난 9월5일부터 시작된 올해의 대하축제는 11월1일까지 계속 이어진다.

대하를 먹는 방법은 찜, 튀김, 매운탕, 구이 그리고 회 등 다양하다. 이중에서도 구수하고 탱글탱글한 대하의 속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왕소금구이가 가장 인기 있다. 불 지핀 프라이팬 바닥에 굵은 소금을 깔아놓고 그 위에 대하를 쏟은 후 재빨리 뚜껑을 덮으면 퍼덕거리던 대하가 점점 불그죽죽한 색으로 바뀌며 익어간다. 새우껍질은 노화방지에 좋다는 키토산이 가득하므로 가능하면 껍질도 씹어 먹으면 좋다.
반면에 날것인 생대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대하 껍질을 벗겨 초장에 찍어먹는다. 이때 머리 부분을 버리지 말고 따로 소금구이를 해먹으면 두가지 맛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다. 새우의 영양가는 머리에 쏠려 있다고 한다.
여행정보
●교통
서해안고속도로→홍성 나들목→29번 국도→10km→홍성. 만약 남당항을 먼저 들르려면 서해안고속도로→홍성 나들목→40번 국도→7km→서부면 소재지→8km→남당항 코스로 달린다. < 수도권 기준 2시간 소요 >
●별미
남당항 해안도로 양쪽으로 횟집들이 줄지어 있다. '파라솔'이라 불리는 간이포장마차는 50여개, 건물에 자리 잡은 횟집은 25~30개 정도 된다. 대하의 가격은 날마다 바뀌는데 10월 현재 가격은 1kg에 자연산은 5만~5만5000원, 양식은 2만9000원 내외.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해 갈 때는 자연산 4만5000~5만원, 양식 2만7000원 내외. 양식 대하는 가격이 거의 일정한 편이지만, 자연산은 어획량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하 1kg은 어른 두어명이 맛볼 수 있는 양이다. 맛은 식당마다 큰 차이가 없다. 전망대횟집(041-634-4886)이 친절하다.
●숙박
남당항 주변에 숙소가 여럿 있다. 포구 가까이에 붙어있는 씨월드모텔(041-634-9222)은 밤바다를 감상하기에 좋고, 솔밭천수모텔(041-631-0840)은 남당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인기가 있다. 가족 여행이라면 시골풍경펜션(041-631-6607 www.weeklove.com)이 괜찮다. 홍성 읍내의 홍주성 주변에 림스장(041-634-4880), 만년장(041-632-4111), 모텔가락(041-632-2747) 등 모텔급 숙박업소가 많다.
●참조
홍성군청 041-630-1114